마운자로 끊어도 되나요?

인터넷에 좋은 글이 있어서 가져옵니다.


 신 따끈따끈한 최신 의학 논문 소식을 정리해 드리려고 합니다.

최근 '살 빠지는 주사'로 불리는 비만 치료제(위고비, 젭바운드 등)가 큰 인기인데요. "과연 이 약을 끊으면 우리 몸은 어떻게 될까?"에 대한 답을 주는 중요한 연구가 2025년 11월 24일, 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약 중단은 곧 건강 개선 효과의 '리셋'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어떤 연구인가요?

논문 출처: JAMA Internal Medicine (2025년 11월 24일 발표)

연구 대상: 비만 치료제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상품명: 젭바운드/마운자로)를 투여받고 체중을 감량한 환자들

연구 내용: 약 36주간 약을 투여해 살을 뺀 뒤, 약을 끊었을 때(중단 후 1년) 일어나는 신체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SURMOUNT-4 임상 사후 분석)


2. 약을 끊자 벌어진 일들 (충격적인 결과)

약을 끊고 1년(52주)이 지나자 우리 몸은 빠르게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이 요요를 겪음: 약을 끊은 환자의 82%가 감량했던 체중의 25% 이상을 다시 회복(요요)했습니다.

심하게 돌아온 체중: 체중이 다시 찌는 속도와 양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건강 수치도 '도로 아미타불': 단순히 살만 찐 게 아닙니다. 약을 쓰면서 좋아졌던 허리둘레,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인슐린 저항성 등 심혈관 대사 지표들이 체중이 다시 찜에 따라 다시 악화되었습니다.

완벽한 리셋: 특히 다시 찐 살이 감량 체중의 75% 이상인 경우에는, 건강 지표들이 약을 쓰기 전인 '베이스라인(맨 처음)' 상태로 완전히 되돌아갔습니다.


3. 핵심 시사점: 비만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이번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비만은 감기처럼 약 먹고 낫는 병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약을 끊으면 식욕을 억제하던 효과가 사라지고, 우리 몸의 항상성(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체중 감량 효과와 그로 인한 대사 건강 개선(혈압, 혈당 조절 등)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4. 마치며

비만 치료제를 고민 중이시거나 현재 투약 중이신 분들은 '단기 속성 다이어트'가 아닌 '평생의 건강 관리 파트너'로서 약을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약을 끊을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여 식단과 운동 등 철저한 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SURMOUNT-4 사후분석이 밝혀낸, 다이어트 약 중단의 대사적 진실



프롤로그: 어느 오후, 진료실에서


"선생님, 이제 약 끊어도 되나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환자의 눈빛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목표 체중에 도달했다. 바지 치수가 두 단계나 줄었다. 혈압도 안정됐다. 그러니 이제 졸업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기약이라면 "네, 이제 됐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는 다르다. 2025년 11월, 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한 편의 연구가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 질문의 시작: 비만은 '고쳐지는' 병인가


의학의 역사에서 비만만큼 오해받아온 질환도 드물다.
오랜 세월 동안 비만은 질병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로 여겨졌다. 조금만 덜 먹고, 조금만 더 움직이면 해결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21세기 신경내분비학은 그 믿음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밝혀냈다.
비만은 뇌의 시상하부에 새겨진 '체중 설정값'과 관련이 있다.
마치 에어컨의 온도 조절기처럼, 우리 뇌에는 몸무게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조절 시스템이 있다. 문제는 이 설정값이 한번 높아지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의 보일러가 30도로 맞춰져 있는데, 아무리 창문을 열어 24도로 낮춰놓아도 창문을 닫는 순간 다시 30도로 돌아가는 것처럼.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이 창문을 열어두는 약이다.
뇌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한다. 엘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GIP와 GLP-1 두 가지 경로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로, SURMOUNT-1 연구에서 20% 이상의 체중 감량이라는 경이로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질문이 남는다. 창문을 닫으면... 약을 끊으면 ... 어떻게 될까?


2. SURMOUNT-4: 약을 끊게 만드는 실험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매우 독특한 설계를 채택했다.
일반적인 임상시험이 "약이 효과가 있는가?"를 묻는다면, SURMOUNT-4는 "약을 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물었다. 의학에서는 이를 '무작위 배정 금단 설계(Randomized Withdrawal Design)'라고 부른다.
연구는 두 막으로 구성되었다.
  • 첫 번째 막(0~36주)에서 모든 참가자는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여받았다. 36주가 지나자 평균 21%의 체중이 감소했다. 100kg이던 사람이 79kg이 된 것이다.
  • 두 번째 막(36~88주)에서 진정한 실험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은 약을 계속 먹고, 다른 그룹은 가짜 약(위약)으로 바꿨다. 그리고 52주를 지켜보았다. 약을 끊으면 — 창문을 닫으면 —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결과는 명확했다. 아니, 명확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충격적이었다.


3. 고무줄은 기억한다: 체중 재증가의 스펙트럼


약을 끊은 308명 중 82%가 감량했던 체중의 4분의 1 이상을 다시 회복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체중 재증가 정도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누었다.
  • 첫 번째 그룹(18%)은 그나마 선방했다. 빠진 살의 25% 미만만 돌아왔다. 21kg을 뺐다면 5kg 이하만 다시 찐 것이다.
  • 두 번째 그룹(25%)은 25~50%가 돌아왔다. 세 번째 그룹(32%)은 절반 이상이 복귀했다. 네 번째 그룹(25%)은 거의 전부, 혹은 그 이상이 돌아왔다.
숫자만 보면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Deborah B. Horn 박사팀이 밝혀낸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체중이 돌아올 때, 몸무게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4. 허리둘레: 내장 지방의 귀환


허리둘레는 단순한 치수가 아니다. 그것은 내장 지방의 양을 가늠하는 창이다.
내장 지방은 피부 아래 말랑하게 잡히는 피하지방과 다르다. 간, 췌장, 장 사이사이에 끈적하게 붙어 있으면서 온갖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심혈관 질환의 예고편 같은 존재다.
데이터는 섬뜩할 정도로 정직했다.
  • 체중을 잘 유지한 그룹(25% 미만 재증가)의 허리둘레는 0.8cm밖에 늘지 않았다. 통계적으로 보면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내장 지방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 하지만 체중이 절반 이상 돌아온 그룹은 10.1cm가 늘었다. 바지 허리띠를 네 구멍이나 풀어야 하는 수준이다. 가장 심각한 그룹은 14.7cm였다. 치료 전 상태로의 완전한 복귀. 애써 밀어냈던 내장 지방이 장기들 사이로 다시 스며들었다는 신호다.
14.7cm. 그 숫자 뒤에는 수만 개의 지방세포가 다시 부풀어 오르고, 염증 사이토카인이 혈류를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풍경이 있다.


5. 혈압: 침묵의 살인자가 눈을 뜨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혈압이 높아도 당장 아픈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혈압은 쉼 없이 혈관 벽을 두드린다.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심근경색으로, 신부전으로 나타난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체중 감량과 함께 혈압도 낮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체중을 비교적 잘 유지한 그룹(25% 미만 재증가)조차 혈압이 6.8mmHg 상승했다.
체중은 유지됐는데 혈압이 오른 것이다.
이는 티르제파타이드 자체가 가진 혈관 확장 효과나 나트륨 배출 촉진 효과가 약물 중단과 함께 사라졌음을 시사한다. 약물이 체중 감량 외에도 독자적인 심혈관 보호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체중이 대폭 돌아온 그룹은 어땠을까.
수축기 혈압이 10.4mmHg 상승했다. 임상적으로 10mmHg 상승은 심혈관 사건 위험을 약 20%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간의 치료로 얻었던 심장 보호 효과가 단 1년 만에 증발해버린 것이다.
6.8에서 10.4까지. 겨우 4mmHg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체중 관리의 성패가 놓여 있다.


6. 지질: 혈관 속 기름때의 귀환


혈액 속을 떠도는 콜레스테롤은 두 종류다.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혈관 청소부 역할을 한다.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그 동료들)은 혈관 벽에 침착하여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 non-HDL 콜레스테롤은 HDL을 제외한 모든 나쁜 지질의 총합이다.
  • 체중을 잘 유지한 그룹의 non-HDL-C는 -0.4%, 사실상 변화 없음이었다. 희망적인 데이터다. 체중만 지키면 혈관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니까.
  • 하지만 체중이 75% 이상 돌아온 그룹은 10.8%가 상승했다. 혈액이 다시 끈적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는 동맥 벽에 플라크가 쌓이고, 혈관이 좁아지고, 어느 날 갑자기 막히는 시나리오로 이어진다.
-0.4%와 +10.8%. 두 숫자 사이의 거리는 11.2%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깨끗한 혈관과 기름때 낀 혈관의 차이가 있다.


7. 인슐린: 췌장이 지르는 비명


⭐️⭐️이번 연구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는 공복 인슐린 수치에서 나타났다.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오르고,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을 세포 안으로 밀어 넣는다.
문제는 세포들이 인슐린 말을 잘 안 들을 때 생긴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 부른다. 세포가 인슐린에 저항하면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찍어내야 한다. 혈중 인슐린 농도가 치솟는다.
  • 체중을 잘 유지한 그룹공복 인슐린이 오히려 -4.0%, 감소하거나 유지되었다. 췌장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 것이다.
  • 하지만 체중이 절반 이상 돌아온 그룹(50~75% 재증가)에서 공복 인슐린은 무려 46.2% 폭증했다. 이 숫자는 75% 이상 재증가 그룹(26.3%)보다도 높다. 데이터의 분산이나 개인차 때문일 수 있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체중이 절반만 돌아와도 인슐린 저항성은 붕괴한다.
46.2%.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췌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혈당을 겨우겨우 조절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슐린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췌장은 지친다. 그리고 어느 날 혈당 조절 능력을 잃는다. 그것이 제2형 당뇨병이다.


8. 당화혈색소: 당뇨병으로 가는 길목에서


당화혈색소(HbA1c)는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모든 그룹에서 HbA1c가 상승했다.
  • 체중을 잘 유지한 그룹은 0.14% 상승에 그쳤다. 임상적으로 큰 의미 없는 수준이다.
  • 하지만 75% 이상 재증가 그룹은 0.35%가 올랐다.
0.35%가 대수롭지 않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 전단계와 정상의 경계에 있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6%였던 사람이 5.95%가 된다. 당뇨병 전단계(5.7~6.4%)에 진입하는 것이다. 6.2%였던 사람이 6.55%가 되면? 당뇨병 진단 기준을 넘는다.
0.35%포인트. 그 작은 숫자가 평생 인슐린을 맞아야 하느냐 마느냐를 가른다.


9. 전체 그림: 대사적 완전 붕괴


이제 퍼즐 조각들을 맞춰보자.
레이더 차트는 모든 대사 지표의 악화 정도를 한눈에 보여준다.
  • 체중을 잘 유지한 그룹(<25% 재증가)의 레이더는 중심부에 웅크리고 있다. 대사 이점이 유지되었다는 뜻이다.
  • 하지만 체중이 많이 돌아온 그룹(≥75% 재증가)의 레이더는 바깥으로 크게 팽창해 있다. 모든 지표가 악화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악화가 '비례적'이라는 것이다. 체중이 조금 돌아오면 대사 지표도 조금 나빠진다. 체중이 많이 돌아오면 대사 지표도 많이 나빠진다. 예외 없이. 모든 지표에서.
체중 변화 곡선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 약을 계속 먹은 그룹은 체중이 계속 낮게 유지된다.
  • 약을 끊은 그룹은 36주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다. 두 곡선 사이의 벌어진 공간, 빨갛게 칠해진 그 영역이 바로 '리바운드의 대가'다.


10. 왜 우리 몸은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여기서 잠시 진화의 시계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굶주림과 싸워왔다. 음식이 넉넉한 시기에 지방을 축적하고, 굶주린 시기에 그것을 꺼내 쓰는 것이 생존의 핵심이었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이를 위해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체중이 급격히 줄면 뇌는 '기아 상태'로 인식하고 비상 모드를 가동한다.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이 치솟는다. 위장에서 "배고파! 배고파!"를 외친다. 동시에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 GLP-1, PYY는 줄어든다. 뇌는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몸은 에너지 절약 모드에 돌입한다. 기초 대사량이 예상보다 더 떨어진다.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잘 찐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이 시스템을 억눌렀다.
⭐️GLP-1과 GIP 경로를 자극하여 인위적으로 포만감을 주고,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낮췄다. 하지만 약을 끊는 순간, 억눌렸던 생존 본능이 폭발한다. 마치 오랫동안 압축되어 있던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이.
SURMOUNT-4의 데이터는 이 생물학적 반동의 규모를 정량화했다. 그리고 그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11. 세마글루타이드와의 비교: GLP-1 계열의 공통 운명


💢"그렇다면 다른 약은 어떨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는 어떨까?
STEP 1 연장 연구의 결과는 놀랍도록 유사했다.
68주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하고 중단한 후 1년 뒤를 관찰했더니, 참가자들은 감량했던 체중의 약 3분의 2를 다시 회복했다. 혈압, 염증 수치, 혈당 등 대사 지표도 치료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는 약물의 종류(단일 작용제 vs 이중 작용제)와 상관없이,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가 '구조적 치료'가 아닌 '기능적 조절'을 수행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약들은 비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는' 것이다.
JAMA Internal Medicine의 편집자들은 이번 연구를 항우울제나 고혈압 약물 중단 연구와 비교했다.
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를 끊으면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 환자가 약을 끊으면 혈압이 다시 오른다. 마찬가지로 비만 치료제 중단에 따른 체중 재증가는 '약물 실패'가 아니라 '만성 질환의 재발'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12. 임상적 함의: 의사와 환자가 함께 알아야 할 것


이 연구가 진료실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 첫째, 환자 교육의 필수성이다. 약물 처방 시점부터 환자에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 "이 약은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끊는 약이 아닙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야 하는 약입니다." 막연한 기대 대신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 설명해야 한다. "약을 끊으면 허리둘레가 15cm까지 늘어날 수 있고, 혈압이 10mmHg 이상 오를 수 있습니다."
  • 둘째, 치료 목표의 재설정이다. 체중계의 숫자만 보지 말아야 한다. 허리둘레, 혈압, 당화혈색소와 같은 대사 지표의 '유지'를 치료 성공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체중 재증가를 25% 미만으로 막은 그룹이 대사 이점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완벽한 체중 유지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관리가 이루어지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의 2025년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반영하고 있다. ADA 표준 진료 지침 8.19항은 명시한다. "체중 관리 약물은 건강 이점을 유지하기 위해 체중 감량 목표 도달 후에도 지속되어야 한다."


13. 현실적 대안: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생 고가의 약물을 최대 용량으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몇 가지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 첫째, 용량 조절이다. 최대 용량(15mg)이 아닌, 체중 유지가 가능한 최소 용량으로 줄여서 장기 투여하는 방법이다. 마치 고혈압 환자가 혈압이 안정되면 약 용량을 줄이듯이.
  • 둘째, 간헐적 투여다. 투여 간격을 늘리면서 리바운드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아직 임상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연구가 진행 중이다.
  • 셋째, 생활습관 교정의 강화다. 약물 감량기나 중단 시기에 맞추어 운동과 식이요법을 더욱 철저히 하여 대사 적응을 상쇄하려는 시도다. 다만 SURMOUNT-4의 위약군도 생활습관 교정을 받았음에도 리바운드를 막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생활습관만으로는 생물학적 반동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


14. 비용과 접근성: 피할 수 없는 질문


여기서 코끼리 한 마리가 방 안에 들어온다. 비용 문제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저렴한 약이 아니다.
평생 투여해야 한다면 그 부담은 개인에게도, 의료 시스템에도 상당하다. 보험 적용 여부, 약가 협상, 제네릭 출시 시점 등이 향후 이 약의 접근성을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비용을 논할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비만과 그 합병증의 비용이다.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뇌졸중, 신부전, 일부 암의 치료에 드는 비용. 삶의 질 저하로 인한 사회적 비용. 조기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이 모든 것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비교해야 한다.
SURMOUNT-4가 보여주듯, 약물 중단은 단순한 체중 증가가 아니다. 심혈관계, 대사계, 내분비계 전반의 악화를 동반한다. 이 악화가 장기적으로 초래할 의료비용을 생각하면, 예방적 약물 투여의 경제성은 다르게 계산될 수 있다.


15. 환자에게 드리는 말씀


만약 지금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고 계시다면, 혹은 복용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이 연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낙담하지 마시길 바란다.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니" 하고 좌절할 필요 없다. 생각을 바꿔보자. "약을 먹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경을 쓰면 세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안경을 평생 써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삶의 질을 높여주니까.
비만 치료도 마찬가지다. 이 약들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한 번 휘두르면 영원히 날씬해지는 그런 도구가 아니다. 대신 평생의 동반자다. 함께 가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파트너다.
중요한 것은 주치의와 솔직하게 상담하는 것이다.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다. 대사 상태도 다르고, 동반 질환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연구 데이터는 평균값이다. 당신은 평균이 아니다. 당신만의 최적 전략을 주치의와 함께 찾아가시길 바란다.


에필로그: 안경을 벗지 마세요


다시 진료실로 돌아온다.
"선생님, 이제 약 끊어도 되나요?"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한다.
"아직은 아닙니다. 아니, 어쩌면 계속 드셔야 할 수도 있어요. 그게 나쁜 소식처럼 들리실 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이 약은 당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안경 같은 거예요. 안경을 쓰면 세상이 선명하잖아요. 그렇다고 안경이 눈을 고쳐주는 건 아니죠. 약도 마찬가지예요. 드시는 동안 당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지켜줍니다. 끊으면... 최근 연구에 따르면 1년 안에 대부분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해요."

환자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기대와 실망, 그리고 어쩐지 예감했던 것에 대한 체념이 교차한다.
"물론 영원히 이 용량을 드셔야 하는 건 아닐 수도 있어요. 상태가 안정되면 용량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마라톤이라는 걸 아시는 거예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나는 잠시 멈췄다가 덧붙인다.
"우리 몸은 참 정직해요. SURMOUNT-4 연구라고, 최근에 나온 건데요. 약 끊으면 허리둘레가 15cm까지 늘어나고, 혈압이 10이나 오르고, 인슐린 수치가 46%나 치솟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체중을 잘 유지한 분들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요."
환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안경을 벗지 말라는 거죠?"
"네. 적어도 지금은요. 그게 당신의 심장을, 혈관을, 췌장을 지키는 길이에요."

⭐️SURMOUNT-4 연구는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진실을 알려주었다.
비만 치료제의 중단은 단순히 살이 다시 찌는 것을 넘어, 환자의 대사 건강 시스템 전체를 1년 전의 위험한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체중 재증가율이 높을수록 악화는 가속화된다.
이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이 약을 언제 끊을 수 있나요?" 대신, "어떻게 하면 이 약을 통해 얻은 건강을 평생 지킬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계획을 세울까요?"
비만은 완치되는 감기가 아니다. 평생 조절해야 하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그저 우리 몸이 그렇게 생겨먹은 것일 뿐이다.
고무줄은 기억한다. 하지만 안경은 쓰고 있는 한, 세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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